‘역린’의 예의를 지키는 후보자를 선택하자
‘역린’의 예의를 지키는 후보자를 선택하자
  • 이천설봉신문
  • 승인 2014.05.2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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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린’이라는 영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 ‘역린’이란 한비자에 나오는 말로 ‘용의 목에 거꾸로 난 비늘. 즉 군주가 노여워하는 군주만의 약점, 또는 노여움 자체를 가리키는 말’을 의미한다. 영화에서는 당파 싸움의 소용돌이 속에서 뒤주 속에 갇혀 죽어야 했던 사도세자, 정조에게 아버지인 사도세자는 그 어떤 신하도 건드려서는 안 될 ‘역린’으로 그리고 있다.
  ‘역린’을 비유적으로 해석한다면 현재 우리사회에 난무하는 각종 언어폭력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역린’이란 왕과 신하의 관계가 아니더라도 사람이라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때 넘어서는 안 될 한계점’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대화나 토론을 할 때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상대방을 묵사발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도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이웃이라는 것을 감안해서 최소한 넘어서는 안 될 선은 지켜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말이 ‘역린’인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것이 ‘역린’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상대방의 입장은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말만 내뱉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상대를 깎아 내리는 말을 서슴지 않으면서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언론에 끊임없이 노출되고 있다. 그것을 보고 배운 아이들은 또 그대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내뱉는 언어습관에 빠져들면서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사회의 불만세력으로 떨어져 또 대꾸할 가치도 없는 목소리를 높이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선거판에서 이런 일이 더욱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보름 앞으로 다가온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자들이 내뱉는 각종 폭력적인 언어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자신의 능력과 비전을 보여주는 정책공약을 내세우기보다 어떻게든지 상대방을 깎아 내리려는 공격적인 말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중립을 지켜야 할 언론들 중에는 이미 언론의 역할을 포기하고 교묘하게 특정 후보를 옹호하는 ‘그러면 좋고 아니면 그만이다’라는 네거티브적인 선거구호를 여과없이 퍼나르고 있다. 더욱 암담한 현실은 그동안 이러한 네거티브적인 선거구호가 우매한 시민들에게 꾸준히 먹혀들었다는 것이다.
  이 현상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이것은 후보자들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구성원들이 이처럼 남을 깎아 내리는 언어표현에 길들여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에 불과하다. 남을 탓하기 바쁘고, 내 이야기가 남의 귀에 어떻게 들릴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만 내뱉는 말버릇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을 보는 것이다. 참으로 암담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성숙한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언어표현은 그 사람의 인격이자, 성품을 드러낸다. 이제 시민들이 자신의 선거공약을 전면에 내세우는 사람과 네거티브적으로 상대방을 깎아내리는데 열을 올리는 말을 전면에 내세우는 사람 중에 누가 지도자로서 더 좋은 인격과 성품을 가졌을지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정책토론을 펼치는 후보들을 지켜보자. 개중에는 일관되게 자신의 정책을 제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저 남을 깎아 내리는데 열을 올리는 사람이 있다. 누가 진정으로 우리 사회에 지도자로서 갖춰야 할 인격과 성품을 갖춘 사람일까?    
  사회적인 동물인 인간이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덕목은 상대를 배려하는 역지사지의 정신이다. 역지사지의 기본은 말이다. ‘역린’은 말을 할 때 인간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예의를 뜻한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같은 말을 하더라도 ‘역린’을 지키는 말보다, 무조건 자신만이 옳다고 내뱉는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사회지도층으로 나선 후보자들이 내뱉는 말들은 우리 사회를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다. 이제 성숙한 시민들이 올바른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옥석을 가려내야 할 시점이다. 모쪼록 ‘역린’의 예의를 지키지 않고 네거티브적인 말을 쏟아내는 후보자보다 공약제시를 통해 지도자의 인격과 성품을 드러내는 후보자를 선택하는 성숙한 시민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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