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규제는 모두에게 손해를 불러온다
지나친 규제는 모두에게 손해를 불러온다
  • 이천설봉신문
  • 승인 2012.05.10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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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딜레마’라는 말이 있다. 미국의 인지학자 더글러스 호프스태터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게임을 시작했다. 어느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 중에 10명을 각자 작은 칸막이 속에서 버튼 위에 손을 올려놓게 했다. 그리고 1만 달러를 준비해서 아무도 버튼을 누르지 않고 기다리면 10분 후에는 모두에게 1,000달러씩 배당되지만, 누군가 버튼을 누르면 그 사람은 100달러를 받고 나머지 사람은 한 푼도 받지 못한다고 알려 주었다. 이럴 때 우리가 10명의 사람 속에 포함되어 있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까? 끝까지 기다려서 스무 명과 함께 1,000달러를 나눠 갖는 것인가, 아니면 얼른 버튼을 눌러 나 혼자 100달러를 갖는 것인가? 물론 이성적으로 이 상황에서는 누구나 10분을 기다렸다가 10명 모두가 1,000달러를 받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막상 이 칸막이 안에 들어가면 누구도 이 간단한 이성적인 선택을 하지 못했다는 실험결과가 발표되었다.

‘늑대의 딜레마’란 이처럼 어느 상황에 처하면 모두에게 최선인 방법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협력과 공존의 윤리를 생각하기보다 자신만의 이익을 생각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자신에게도 손해인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누구나 서로를 믿고 10분을 기다리면 모두가 1,000달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누군가가 멍청하게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아주 작은 확률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그렇게 되면 자신은 아무것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차라리 자신이 먼저 눌러 버리는 것이 자신에게 이익이라는 판단을 하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선택이 자신을 위한 가장 영리한 판단이라고 착각까지 하는 것이 사람의 심리라는 것이다.

‘늑대의 딜레마’는 곧 10명밖에 안 되는 사람이라도 서로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갖지 못하고 산다면 서로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다 결국 자신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불이익을 주는 선택을 하게 만드는 상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이론이다.

그동안 이천은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수도권 상수원 보호 구역이라는 이유로 개발에 각종 규제를 받아 왔다. 그러다 보니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들은 번번이 한계에 부딪쳐야 했다. 지역 경제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하이닉스 반도체 증설이 무산되었던 기억도 생생한데, 이번에는 ‘서울시의 물이용 부담금 개선방안’이 이천의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의 숨통을 조이고 들어왔다. 어디 그뿐인가? 환경부가 발표한 ‘한강수계 특별대책지역 수질오염 총량제 운영방안’까지 발표가 되면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중 삼중의 규제정책으로 이천시는 이제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갖춘 지역으로 떠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결국 이러한 중복규제에 못 견딘 이천시와 인근지역이 함께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기다려 주면 모두가 1,000달러를 공유할 줄 알았는데, 자신들만 영리한 척 속 편하게 100달러만을 챙겨가는 사람들 때문에 매번 손해만 볼 수 없기 때문에 최소한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제삼자의 눈에는 지역 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다는 것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언제까지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는 규제정책을 받아 들일 수만은 없다.

이제 정부와 서울시도 전체의 판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서울시민들만으로 이뤄진 국가가 아니다. 상수도 인근지역에 대한 각종 규제로 인해 서울시민들은 그동안 충분한 혜택을 누려왔다. 이제 서울시민들도 규제정책에만 안주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 누려온 혜택의 일부를 양보할 때가 되었다. 한강수질 개선비용을 인근지역 기업체에게 떠넘길 것만이 아니라 스스로 그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사고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런 사고의 전환없이 지금처럼 규제정책만 남발한다면 결국 저항에 부딪치게 될 것이고, 그러다 보면 갈등의 골만 깊어져서 모두에게 손해인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서울시와 정부가 ‘늑대의 딜레마’ 게임이 주는 교훈을 되새겨봐야 한다. 이성적으로 마냥 기다렸던 사람들에게 더 이상 희생만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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