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권 광주요도자문화원 이사장
조상권 광주요도자문화원 이사장
  • 이천설봉신문
  • 승인 2017.02.1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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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을 하는 사람은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나날이 발전 가능성 높아”

 

 

촉망받는 건축학도에서 도예가로… 삶의 에너지는 긍정 사고의 결실
창조의 세계에서 사고(思考)를 넓힐 수 있는 것은 ‘철학’
 
“대한민국 도자기에 우리 시대의 사회상, 역사적 환경 등을 정확히 반영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내야 더욱 빛날 것입니다. 고려시대에 청자가 있었다면 조선시대에는 백자가 있었고 이제 우리는 시대에 맞는 대한민국의 도자기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화는 그 시대를 읽고 느끼는 감성의 세계를 표현하고 이끌어낸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겨울 햇빛이 차갑기 보다는 봄볕처럼 따뜻하게 느껴지던 날 2월 13일 모가면에 위치한 광주요도자문화원 조상권 이사장 자택을 찾았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무한정으로 얼마나 자연의 사랑을 받고 있는가.
 
산자락 고요한 정취속에서도 도심속에서 느끼지 못한 큰 삶의 에너지가 느껴지니 말이다. 바람이 있고 햇볕이 있고 맑은 공기가 있고...
 
보태어 조상권 이사장의 넒고 깊은 철학의 세계를 만난 기쁨은 새해의 큰 선물이 되기도 했다.
 
이천시 모가면 모가중학교 앞을 지나 멀리 아담한 집들이 보였다.
 
표지판에 광주요도자문화원. 전통가마 등요에 시선이 멈췄다.
 
그곳은 조상권 광주요도자문화원 이사장(82)의 자택이다. 거실 한 가운데 빨갛게 장작이 타고 있는 난로가 집 안 온기를 따뜻하게 해주며 한 쪽 벽면 가득 전시된 도자기가 인상깊게 다가왔다. 조이사장과 아내 김현씨 내외가 반갑게 취재진을 맞이 했으며 인터뷰 내내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예시와 답변 하나하나에 지혜가 담겨있었고, 깊이 있는 인터뷰가 진행됐다.
 
 
 
프랑스 국립미술대학교에서 유학한 건축학도로 졸업생 전시회에서 10시간 동안 그린 이탈리안 양식으로 설계한 별장작품을 그 해 최고점인 18점을 받아내며 세계에 명성을 날렸던 조 이사장이 도자기와 인연을 맺고 마지막 인생여정의 종착지가 된 이천시는 귀한 인연의 결실이기에 이천시민들께 새해 덕담을 부탁드렸다.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많은 이들이 어렵다. 힘들다고 하는 이때에 항상 희망을 갖고 긍정적인 사고로 직면한 문제들을 극복해 나간다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문화의 도시로 정착되어 가는 우리 이천시는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선정됐는데 격조 높은 이천시민들이 되기 위해 무엇이 공예고, 도자기이고, 문화·예술인가를 스스로 접할 기회를 자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라며 덕담을 전했다.
 
1963년 선친께서 문화사업으로 시작한 광주요는 이제는 전 지역을 떠나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키며 테이블셋팅이라는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새로운 창조의 세계를 만들어 냈다.
 
건축을 전공한 입장에서 현재는 도예가의 삶을 살고 있으면서 건축과 도자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어디 있는지 궁금했다. 조 이사장은 “‘건축은 종합적인 예술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도자기든 건축학이든 서로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1997년에 귀순한 후 아버님과 막냇동생 조태권(현 광주요회장)이 도자기 사업을 하고 있었고 ‘잘됐다. 내가 건축에서 이루지 못한 내 꿈을 바로 이 도자기에 구현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라며 그는 65세에 처음 도자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지만 10년이 지나니까 그제야 자신의 결함을 알게 됐고 도자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창조적인 일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일인데 창조의 세계에서 사고의 넓이를 확장시키는데 무엇이 도움 되는지 물었다. 그러자 환한 웃음과 함께 그것은 바로 ‘철학’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사고를 깊이 있게 할수록 상상력의 범위는 더 넓어지는데 이건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며 “우리가 왜 사물에 대해 집중해서 관찰을 해야 된다고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고를 깊이 있게 할수록 상상력의 범위는 더 넓어집니다”라고 말했다.
 
이천시 하면 ‘도자기, 쌀, 온천의 고장’이라는 도시 브랜드를 갖고 있는데 도자기가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려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되는지 질문했다. 조 이사장은 “전통이라는 건 과거 우리 조상들이 수세기를 거쳐 닦고 닦아져서 만들어낸 결실입니다. 고려 사람들이 청자를 했고, 조선 사람들이 백자를 했다면 대한민국 시대에는 대한민국의 도자기가 나와야 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오늘 날까지 남의 눈을 통해 사물을 보지 않고 오직 내 눈을 통해서만 사물을 보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습니다. 사람들도 모든 것을 우리 시각에서 보고, 느끼고, 분석하고, 판단하는 자세를 가지고 능력을 키워나가야 합니다”라며 예술의 승격은 사물에 대한 깊은 인식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조 이사장과 인터뷰를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광주요’에 대한 것이다. 광주요는 1963년 광호 조소수 선생(1912~1988)이 조선 왕실에 진상하는 도자기를 굽던 광주 관요의 유서 깊은 전통과 장인정신을 이어받고자 경기도 이천에 세웠다. 1988년에 선친의 뜻을 이어 받은 조태권 회장이 도자문화 생활화의 기틀을 마련했고 광주요는 전통 방식으로 만든 생활 도자기로서 생활의 품격을 높이고, 천연 재료를 사용하여 자연 그대로를 담아내려 항상 노력하는 대한민국 대표 전통자기 기업이다.
 
광주요에 대해서 광주요가 실질적으로 갖고 있는 정신과 광주요가 표현하고자 하는 도자의 세계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부탁했다. 조 이사장은 “제 부친께서 황폐화된 우리 땅 위에 옛날의 고려청자, 조선백자의 영광을 어떻게 해서라도 재현시키겠다는 생각을 하신 것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현재 광주요가 인정받고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그 때 그 때마다 우리 도자기가 나아갈 길·방향을 정확히 제시하고 실천에 옮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제 막냇동생인 조태권 회장은 광주요를 맡으면서 ‘우리 문화 전통을 생활 속에 가져오는 것’을 제시했습니다. 생활 속에 우리 전통문화를 꽃 피워나가고 접목시켜나가자는 뜻으로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고 덧붙이며 광주요가 추구하는 정신을 설명했다.
 
그 다음 광주요가 제시한 것은 ‘테이블 세팅’이다. 조 이사장의 모친인 故윤규옥 여사는 살아계실 때 항상 광주요 팔각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초대해 식사 대접을 했다고 한다. 최초로 테이블 세팅이라는 개념이 故윤규옥 여사로부터 시작됐다. 또한 ‘다도’라는 문화를 우리나라에 널리 알린 분으로 다도의 창시자이면서 광주요가 존재하게 된 숨은 공로자라고 할 수 있다.
 
광주요가 이천시와 함께하며 한 제일 좋은 역할은 광주요에서 근무했던 1대 공장장, 2대, 3대 공장장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공방체계, 도예 경영 등을 배우고 나가서 본인들만의 이름을 걸고 도예장인들로 명성을 떨치며 이천이 도자도시가 된 것이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근본을 찾아보면 그 처음엔 바로 광주요가 있다.
 
조 이사장은 한국의 도자문화에 대해 강의를 많이 한다. 강의를 할 때 우리 문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을 어떻게 알려주는지 궁금했다. 강의를 준비했던 자료를 보여주며 “문화전쟁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전략이 필요한데 우리 속에 내재하고 있는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저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내적 잠재력의 원천은 바로 우리 ‘문화유산’으로 전통 속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라며 “문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랜 역사과정에서 다듬어지고 꽃피우며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안고 다음 세대로 이어져 가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과거의 것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배우고 터득하여 자기 것으로 만든 다음 새 것에 도전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예술인으로서 문화·예술을 통해 어떻게 하면 개인들의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지 물었다. “우선 그 전에 우리의 문화,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나라는 없는 역사도 만드는 상황에서 우리는 있는 역사도 국민들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라고 탄식하며 “우리의 문화가 자신을 배양해주는 가장 적절한 영양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를 사랑하고 아끼고 개발해서 사람들이 그 과정 속에서 양분을 얻고 행복함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만나는 사람들마다 이렇게 조언을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정리하며 앞으로 대한민국 도자기의 빛깔은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의견을 묻자 조 이사장은 “박물관에 있는 청자를 너무 가까이서 보지 말고 5~6m 떨어져서 감상을 해야 청자의 본연의 빛 색깔을 알 수 있습니다. 국보도 자세히 보면 결함투성이입니다. 도자기를 알리고 보이는데 깨지고 흠이 있다고 가치가 없는 것처럼 가르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라며 “가치는 왜 이것이 아름답고 왜 이것이 형태상 좋은지 논리적으로 가르쳤을 때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대한민국 도자기에 우리 시대의 사회상, 역사적 환경 등을 정확히 반영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내야 더욱 빛날 것이라고 믿습니다”라며 긴 시간의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그는 언제나 꿈을 가졌고 그 꿈을 향한 희망이 있었고 그를 실현시키기 위한 긍정적인 넓고 깊은 사고를 위한 노력이 있었음을 자신의 삶의 여정으로 체험했기에 예술과 창작의 세계는 깊고 넓은 철학적 사고의 능력을 기를때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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